사는 게 요즘만 같다면야

in SteemCoinPan •  3 months ago  (Edited)

점심

대학 동기인 지인을 만나 낙원 상가에 들리기로 했다. 원래 약속은 지인의 집에 놀러 가는 거였는데, 요즘의 나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레 약속 장소가 낙원으로 변했다.

천재 피아니스트인 지인과 함께 낙원을 돌며 키보드 이것저것을 쳐봤다. 혼자 다녔으면 뭐가 뭔지 몰라 고생했을 텐데, 옆에서 모델명도 기억해주고 나 대신 기능에 대해 점원과 이것저것 대화를 나눠줘서 아주 편했다.

지인이 추천해준 모델 중 대다수가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별로였는데, 예의 차리지 않고 별로라고 바로 말할 수 있는 상대라 좋았다. 결국 낙원을 돌고 돌아 내가 선택한 키보드는 4개였는데, 그중 2개가 지인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모델이었다. 신기했다.

오후

지인과 밥을 먹고 20세기 소년으로 갔다. 지인-스팀시티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에 데려갔는데, 지인은 아직 낯을 가리는 것 같았다(낯을 가린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평소라면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걱정했겠지만, 어제는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넘겼다.

지인은 일이 있어 먼저 떠났고 나는 남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놀았다.

매번 그렇듯 20세기 소년에는 맛있는 술과 음식, 두서 없이 변하는 화두와 그것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가벼운 농담,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

저녁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있고 싶었지만 J와 동생이 마음에 걸려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하는 동생을 교대에서 만나 같이 집까지 갔다. 가는 길에 동생은 함께 먹을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켰다. J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둔 채로 동생이 사놓고 룰을 몰라 못하고 있던 보드게임을 공부하고 있었다.

떡볶이와 치킨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애니를 보다가 방전된 채로 잠들었다.


어제 만난 지인은 "주말에 여자친구랑 누워서 니 노래 듣는 데 좋더라"라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그 말 뒤에는 그러니 작업 계속 해라라는 말이 숨어있는 것 같아 나는 두 번 다 답하지 않았다. 늦은 저녁 지인에게선 다시 만날 때까지 더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라는 카톡이 왔고, 새벽 일찍 눈을 뜬 오늘은 어제 지인이 여러 번 말하던 애니 홀의 대사가 떠올랐다.

Boy, if life were only like this!

삶이 오늘만 같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나날. 행복해지는 것만이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전부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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