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in SteemCoinPan •  2 months ago  (Edited)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빌 에반스 생각이 났다. 앨범보다는 그냥 그 자체가 그리워져 그의 음악을 랜덤으로 틀어놓고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다.

1

글을 쓰고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의 밭에 가야 한다. 노동도 싫고 밭도 싫어 최대한 따라가는 일을 피하지만, 본가에 오래 머물다 보니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부모님은 올해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잔뜩 심었다. 이따 나와 동생은 밭에 가서 고구마를 캐게 될 것 같다.

2

내년 오버워치 리그가 오버워치2로 열린다는 기사가 계속 구글 피드에 올라온다. 오버워치는 이미 망했다거나, 오버워치2도 별 기대 안 된다며 떠들고 다녔지만, 그 기사를 읽으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다음 주부터는 2021 오버워치 리그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리그가 또 서서히 끝나가고 있고, 한 해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3

어제는 친구를 만나 맥주를 마시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엉엉 우는 나를 앞에 둔 친구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친구가 내 앞에서 울었던 적이 있나... 요즘은 평생 못할 것 같던 일들을 하나씩 끝내고 있다. 나는 이것을 과거와의 화해라고 부르기로 했다.

4

내 방(이었지만 엄마방이 된)에는 피아노가 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치던 피아노다. 조율의 상태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삐죽빼죽한 상태인데, 어제는 그 피아노로 짧게 연습을 했다.

다른 피아노였다면 관리가 너무 안 됐다며 투덜댔겠지만, 그 피아노만큼은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감촉을 손끝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음이 틀어져도 그렇게까지 밉지 않다. 소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유일한 피아노.

5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게 한 때의 충동은 아닐지를 의심하고도 있다. 어제는 프레드 허쉬의 악보를 보며 그의 음을 만져보았다. 돌아가서는 찰리 파커의 라인을 볼 생각이다. 지금 듣고 있는 빌 에반스의 음악도 쳐보고 싶고, 여유가 되면 클래식 레슨을 다시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6

격렬한 경험이 내 몸을 관통하고, 나는 그것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내고 있다. 길고 낯선 과정을 버텨주는 몸에 감사할 뿐. 혼자 있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자꾸 나를 흔들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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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에반스의 피아노를 사랑한 지 10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차분해져요. 그 차분함이 살아갈 의욕을 만들어내죠. 저는 오늘 아침 나루 님의 빌 에반스 덕분에 차분한 마음으로 저녁에 먹을 삼겹살을 사러 가렵니다.^^

작가님 잘 지내고 계세요? 저도 그쯤 된 것 같아요. 건강히 지내다가 꼭 뵈어요. 보고싶어요!

20세기 소년에서의 나날들을 그리워하며 프랑스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루 님의 연주를 듣는 날을 기다립니다. 연말에는 들을 수 있겠죠?

ㅎㅎ 그때까지 일구어주신 공간에서 즐겁게 연주하고 있으려구요. 한 곡 말해주시면 광희님을 위한 곡도 준비해둘게요 :)

어이쿠. 고맙습니다. 전 이 곡을 좋아합니다. 나루 님의 연주로 들으면 마냥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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