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164

in SteemCoinPan •  5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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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의 수마노탑 뒤의 바위에 올라서 단풍구경하며,

나는 집가림이 심해서 아무리 숙소가 훌륭하다고 해도 잠을 자지 못한다. 내가 늘상 자던 곳이 아니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항상 불면증이다. 아버지께서는 물만난 고기마냥 카지노에 드가시더니 오후 9시에 돌아오셔서 샤워하고 바로 잠에 드셨다. 두어 시간 정도 분위기 파악하셨으니 조금만 자고 새벽에 나가신다고 바로 코를 고신다. 그리고는 새벽 1시에 다시 카지노로 가셨다가 폐장시간(새벽 6시) 다 되셔서 돌아오셨다. 나는 그동안 이리뒤척 저리뒤척 자는둥 마는둥 그냥 눈감고 잠과 깨어있음의 경계에서 왔다갔다하였다. 어제 글을 쓰고 오늘 여행 일정을 잡고 잠을 청했지만 야생동물 천적 경계하듯 잠세계에 발꼬락 하나 살짝 담근 듯 거의 날 밤 샌 셈이다. 아버지 연세도 있으시니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정암사와 만향재를 둘러보고 강원도 소고기는 꼭 먹자고 하신 아버지 말씀 따라 맛집을 찾아 가려고 했는데...

당신께서는 아침 잘 먹었고 배가 안 고프니 그냥 김밥하고 라면 사가지고 숙소가서 먹자고 하신다. 밤새 카지노 돌리느라 수면도 부족한 상태에서 정암사와 만항재 산책 동안 너무 힘드셨다는데 그건 핑계고 당신의 요점은 먹는거 보다 카지노 돌리는 게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내가 정암사 이곳 저곳 둘러보는 동안 아버지는 차 안에서 눈 감고 쉬고 있는데 머릿속에 온통 빠친코 생각뿐이라고 하신다. 내가 대학 1학년 때 처음 당구 재미 느꼈을 때 자나깨나 당구 부딪치는 환청이 들렸던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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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침은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소개된 산능이본가에서 흑마늘밥을 먹었다. 리모델링때문에 일주일 휴점이었다가 오늘아침 우리가 개시 첫손님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잘해주는 거 없다. 원래 곤드레밥과 흑마늘밥 시키려고 했는데 같은 걸로 시켜야한다는 주인 아줌마의 배째라식 슈퍼 을질때문에 그냥 흑마늘밥 시켰다. 그런데 나중에 온 손님들 주문보니 곤드레밥하고 흑마늘밥만 다를뿐 17가지 반찬은 똑같은데 왜 따로시키면 안되는건지 주인 아줌마가 괴씸하지만 맛과 식후 영향력은 만족이다. 왜냐하면 아부지와 나도 든든하니 정암사와 만향재 다돌고 점심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아서 바로 고깃 집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려 했는데 카지노 삐끼신의 유혹에 굴복된 아부지 때문에 검소한 저녁(청정원 쌀국수 컵라면 두개와 비빔밥 포장)으로 해결됬으니까,

정암사 기행기는 사찰영성 테마로 연재할 생각이다.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고 산책하기 좋게 길이 터져 있다. 주차장 앞에 야생화 탐방로가 설계되어 있는것 같은데 시절이 아닌지라 야생화 팻말만 남아있는 그들의 공동 묘지같다. 꽃이 만발할 때 왔다면 좋았을텐데 참으로 아쉽다. 그래도 정암사 구경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대만족이다. 게다가 아부지 버킷리스트 해결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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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산책로에 풍차 무리들을 보면서 풍차 돌아가는 소리를 직접 들으니 소란스러운 지금의 문명이 아닌 고독한 미래 문명 같은 이질감이 잠시 들었다. 풍차 날개의 배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멈춰서있는 것, 돌아가고 있는 것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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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남
난 등만뜨시면 오케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