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淨巖寺)의 의미

명칭은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이 되기도 하고 작용되어져야할 기능도 된다. 그래서 이름값을 한다거나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공자 할아버지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름부터 바로 세우겠다고 하였다.

반드시 이름부터 바르게 하겠습니다.
必也正名乎

그렇게 불리라는 목표도 되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지는 것이다. 정암사(淨巖寺)를 풀어쓰면 깨끗한 바위의 절이다.

어떤 악도 지으려고 하지 마시고 오로지 선함을 받들어 행하려고 하시고 스스로 의도를 깨끗하게 하신다면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칠불통계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수행하는 이유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데서 벗어나지 않는데 마음이 깨끗해지려면 우선 번뇌부터 없어져야 한다. 번뇌가 없어져야 극락(천국)이 되고 해탈이 되고 깨달음이 된다. 그렇다면 번뇌가 무엇인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 밖에 따로 없다. 이런 마음 없애자고 마음이 수행하는 것이지 극락이나 해탈이나 깨달음이 따로 어디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암사는 번뇌를 소멸시켜 주는 곳이기도 하고 소멸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암사의 지리적 역사적 위치가 흥미롭다.

아우라지에서 정암사로 가는 길에 반드시 사북과 고한을 지나야한다. 사북을 드나들면서 나는 광부들이 두 겹 하늘 아래 살고있다는 것을 알았다. 푸른 하늘과 막장의 검은 하늘이다. 그리고 광부의 아내는 시름의 하늘이 하나 더 붙은 세 겹이라고 들었다.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산사순례

과거에 탄광촌이 있었던 정선에 지금은 강원랜드라는 거대한 도박장이 들어섰다. 광부의 삶은 미래가 없고 고달파서 분노의 마음으로 아롱진 삶이었다. 그런데 과거 광부들의 분노와 애환이 얽힌 토대위에 지금은 향락과 쾌락을 부추기는 탐욕의 거대한 탑이 들어섰다. 시대를 거쳐 성격만 뒤바뀌는 번뇌의 아지트 가까운 곳에서 그 찌꺼기를 씻겨주자고 정암사가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을까? 시대는 바뀌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거라고 이 절을 세운 자장율사의 혜안이 담긴 것인지 게다가 정암사를 가로지르는 계곡은 지리적으로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열목어의 서식지 중 하나이다. 정암사가 있는 정선의 고한읍의 지명도 풀이하면 선(善)의 깃발(旌)을 드날리라는 뜻의 정선(旌善)과 고토일(古土日)과 물한리(勿汗里)를 합한 고한읍(古汗邑)인데 고토일은 고향(古)의 엄마 품(土)처럼 따스함(日)과 분노와 탐욕으로 범벅이된 번뇌의 땀(汗)이 나지 않게(勿) 식혀주는 마을(邑)이라는 뜻이니 칠불통계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여기 수마노탑에 모셔놓았을지도 모르겠다. 번뇌를 완전히 소멸한 성취자는 부처님이었으니까,

아름답게 물든 단풍때문에 수마노탑은 숨은 그림찾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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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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