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정리와 함께 마지막 액비 준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매년 해가 갈수록 혹독하게 느껴지는 무더운 여름이 지난 초가을 아직 꺾이지 않은 찜통속에서 땀범벅 흙범벅 풀베고 밭 갈아가며 심어 놓았던 아기 모종들이 몰라보게 커져버렸다. 남들은 뭐하러 개고생하냐지만 이거 보는 맛에 농사한다. 아무리 내 새끼라 귀엽다고 하지만 때로는 말안들어 쳐먹기도 하고 얄밉기도 한 인간 기르기보다 말없이 잘 자라주다가 제몸까지 살신성인하는 밭작물에 공들이는 수고로움은 인간 양육에 비해서 잠재적 폐해 가능성도 없다. 애새끼가 잘못 커서 많은 사람들 괴롭힐 고민거리도 없고 오히려 땅심 북돋워주는 생태농법이라면 이정도 힘든것 즈음이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정식 텃밭 양쪽 경사면의 짜투리 땅을 부지런한 이웃 텃밭지기가 깨끗하게 정리하였다. 작년에는 당나라 군대처렴 지멋대로 세력자랑하던 페퍼민트 군락이 텃밭지기한테 바짝 쫄았나보다. 일렬종대로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작년 이시점에 밭을 둘러볼때는 페퍼민트 향기가 은은하게 코를 덮쳤는데 너무 쫄았는지 군기가 바짝 들어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려야 민트향이 올라온다. 작년 이맘 때 (2021, 11/02)의 군기빠진 페퍼민트 군락은 요기

건너편의 짜투리 텃밭은 미쳐 개간되지 않아서 쇠해져가는 잡풀과 들깨 사이를 삐집고 들국화 무리가 나 여깃소! 하고 자기PR을 하지만 얘들도 계절의 텃새를 피해가지 못하 듯 마흔이 넘어선 여성같이 쇠해가고 있다. 쇠락하는 시절에도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는지 조그만한 벌 한마리가 열심히 꿀을 빨고 있다.

2주후 수확하면 임인 농사가 끝나는데 내년부터 특별한 목적을 세워보면 어떨까 싶다. 매년 봄농사는 감자 단작, 가을 농사는 무우, 배추, 쪽파 심는 순환에 덧붙여 농사일기에 특별한 주제를 부여해보면 어떨까? 올해부터 텃밭 주위의 야생초 생태계를 조금씩 살피고 있다. 잡초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매해 작물을 삥뜯고 있는 텃새꾼들 이름정도는 알아두어야 좋지싶다. 매번 그놈이 그놈인데 그놈이 누군지 모르니 텃밭가꾸기에 무관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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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寅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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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 감자심기 그리고 허브씨앗도 | 감자싹과 페퍼민트 잎 | 고수싹과 완두콩싹 | 딜싹과 야생초 정리 | 감자순 뽑아주기 | 댑싸리와 유채꽃 |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 감자들이 힘을 못쓰는 해 | 상반기 농사를 마치며 | 하반기 농사를 시작하며 | 가을농사 두둑 정리를 마치며 | 김장 모종 옮겨심기 | 모종 심기 숙제 끝 | 일주일 후의 텃밭 나들이 | 별일없이 평화로운 | 당분간 무우 머리 이발사 | 청소년기 작물의 영양제 투입 | 가을 작물 수확의 딱 중간 시점 | 가을 작물 마지막 정돈 | 가을 수확을 앞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