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63

in SteemCoinPan •  2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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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늦은 밤부터 창틀이 들썩거릴 정도로 세차게 비바람이 몰려왔다. 일기 예보 상으로 오늘 오전중에 비가 그칠 것이고 잘하면 보름달을 볼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보름달 보기는 틀린것 같다. 우리집 주위의 하늘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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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11시에 추석 합동위령미사가 있어 아버지 모시고 형님집으로 향했다. 형님집에 도착하니 세차게 오던 비도 그쳤다. 나는 미사에 가지 않고 아파트 주변을 거닐면서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을 하다가 우리집 아파트 입구에 운치있게 드리운 목련나무를 한참 바라보며 동영상에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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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형님 식구들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부천의 중동 신도시로 94년에 입주를 시작했으니 벌써 27년이 다 되간다. 회사 그만두고 부모님 집에 다시 얹혀살면서 몇 해가 지났을 무렵 초봄의 어느날 어머니께서 목련꽃 여러 뭉탱이를 가지고 와서 차를 만들어 먹자고 하셨다. 어디서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 나무에서 깨끗한 것을 골라서 따왔다고 한다. 부천도 도시이고 여름에는 때때로 소독을 하는 것을 알기에 깨름직하고 찝찝해서 어머니를 타박했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에 우려서 먹어보니 제법 향기있고 맛이 좋았다. 목련꽃을 신이화(辛夷花)라고 부르는데 풀어쓰자면 '매운 화살(오랑캐) 꽃'이다. 축농증으로 코가 막혔을때 진하게 우려먹으면 뚫어뻥이라고 했던게 기억났는데 정말 그런것 같았다. 지하주차장 입구의 지붕까지 넓게 덮고 있는데 목련꽃잎을 관심있게 살펴보면 둥글둥글하다가가 끝에 살짝 뾰족한 포인트를 주는게 매력적이다. 나는 계수나무잎이나 목련나무 잎을 닮은 여성을 동경한다. 계수나무 잎은 낙엽이 우거질 때 단내가 나며 향기롭다. 빛바랜 낙엽의 색조와 비온뒤 물에 질퍽하게 젖어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한참동안 앉아서 냄새와 빛깔을 즐기곤 한다. 그러나 계수나무 낙엽군락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냄새로서 우연히 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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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다되가는 아파트단지의 나무들이 제법 훤칠하여 전통의 마을숲은 아니더라고 군데군데 수령이 꽤 되니 멋스러운 군락으로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다. 완벽한 자연을 찾아 떠나기보다는 도시문명과 같이 호흡하는 식물 군락들에서 문명과 자연의 조화로운 맛을 느껴보는 것도 제법 괜찮다. 아직 깊은 가을은 아니지만 한밤내내 내렸던 비가 그친뒤 풀잎에 맺힌 빗방울과 풀벌레 소리들이 마음을 포근하게 가라앉혀준다. 숲사이로 스치는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담아보려 했으나 막상 찍고보니 만족스럽지 못하다. 뭐 그런거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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