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자] 혼란스럽거나 자유롭거나 – 베트남, 호찌민(사이공)

in SteemCoinPan •  5 months ago 

사람, 건물, 환경, 음식...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건 다양합니다. 엘레강스하게 철들고 싶어하는 아저씨는 호찌민을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혼란스럽거나 자유롭거나 – 베트남, 호찌민(사이공)





  • 글/사진 : 아저시스트, 편집 : 여행기록자


지난 주말에는 동생의 초대로 #호찌민 시를 다녀왔다. 일단 옛 이름인 사이공은 식민시대의 이름이긴 하지만, 지금도 여기저기 보이는 걸 보면 딱히 시민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고,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이름이므로 일부러 병기한다. ‘호찌민시’라는 이름이 입에 잘 붙진 않지만, 베트남의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국가 주석이었던 호치민(응우옌신꿍)을 기리기 위해, 통일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에 이름을 붙인 건 존중해야지. 호치민, 호찌민…


이것이 베트남의 첫인상


관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치민시 도시 관광은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호찌민시는 몇 개의 지구(district)로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의 유명한 도심 관광지, 그러니까 호텔과 유적지, 맛집, 쇼핑, 기타 등등은 1군에 몰려 있다. 호기롭게 밖으로 멀리 나가봐야 허름한 주택가만 나올 뿐이고, 관광객에게 다소 위험할 수도 있어서 여행사나 현지인들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고. 대신 호찌민시 여행자 거리에 가면, 도시 주변으로 하루 만에 왕복이 가능한 현지 여행상품이 있다. 나는 굳이 좁은 버스 타고 하루 종일 다닐 생각이 없어서 하지 않았지만, 관광을 좋아한다면 좀 더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륜차




공항에 내리면 일단 택시를 잡는다. 호찌민시의 1구역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택시로 이동하게 된다. 공항에서 호텔이 있는 1구역까지는 대충 2~30분 거리. 베트남 택시는 오로지 거리로만 금액이 올라간다. 미터기에 약 20만 동(VND)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찍히지만, 사실 우리 돈으로 1만 원 정도다. 베트남 동은 1/10으로 자릿수를 줄인 다음, 반으로 나누면 대충 비슷하다고.

베트남 여행자들에게는 이제 상식이 되었는데, 베트남에서는 여행자를 속이지 않는 택시 브랜드 두 개를 기억해야 한다. 흰색 비나선(Viansun)과 초록색 마일린(Mailinh)이다. 공항에서 나와서 왼쪽을 보면 비나선 택시를 에스코트해주는 곳이 있다. 목적지 호텔을 이야기하면 택시를 잡아줌. 첫 택시 뒷좌석에서 보는 이륜차의 물결, 장관이다. 어지간하면 현지에서 렌터카로 여행하는 편이지만, 베트남만큼은 택시를 이용하기로. 도저히 운전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꽤 있다. 첫날 놀랐던 건 수많은 이륜차 행렬의 무질서함이 아니라, 정작 이 도로에 정상적으로 차선이 그려져 있고 멀쩡하게 신호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곳에도 엄연히 통용되는 도로교통법이 있을 텐데, 꽤 많은 이륜차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 특히 이륜차가 인도에 아무렇게나 올라오고,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기다려주지 않는 모습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가뜩이나 보행도로가 엉망이어서 걷기가 힘든데, 바로 옆으로 이륜차가 휙휙 지나다니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

예를 들어, 위의 사진은 단순히 이륜차가 보도 위로 올라온 걸 찍은 게 아니다. 오른쪽에 기다리는 두 대의 이륜차는 심지어 왼쪽 건물에서 나온 것. 건물 내부 층계까지 들어오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건 우리네 시각이고. 현지인들에게 이륜차는 발이고 자유다. 베트남 공산정부의 정책으로 임금 상승이 제한되어 있어서, 고가의 자동차보다는 접근이 좋은 이륜차를 중심으로 한 모터리제이션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혼다 소이치로 같은 사람의 꿈이 가장 잘 실현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륜차의 특성인 가볍고 빠른 장점이 이들의 도로에 처음부터 녹아들면서 이런 도로 문화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영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어쨌든 이곳 사람들은 소중한 아이를, 가족을, 사랑하는 연인을, 작은 이륜차 하나에 붙들어 매고 매일 도로를 다녀야 한다. 그저 며칠 도시를 경험해보고 떠나는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들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니고 있고, 그 안에서 소중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생각보다 승용차들의 외관이 깨끗하다는 사실은 어떤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틈바구니로 수많은 이륜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지만, 그 어떤 차량에도 가로로 긁힌 자국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호치민시는 가벼운 경적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끊임없이 자기 위치를 알려야 하기 때문. 첫날 탄 택시는 한낮에 에어컨을 틀고 창문을 살짝 열어뒀던데, 아마도 경적소리를 듣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한다. 물어본 건 아니고, 나도 모르게 쓱 닫아버렸는데, 한참 뒤에 생각해 본 것. 문제는 보행이 너무 어렵다는 건데. 대부분 신호가 바뀌어도 잘 멈추지 않는다. 근데 하루 정도 지나면 다 적응됨. 우리도 그냥 걸어 다니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피해 감. 하지만 앞만 보고 그냥 걸어가라는 뜻은 아니고, 보행자도 이륜차를 인지하고 걸어 다녀야 한다. 이게 되게 이상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된다.


덕분에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은데, 1)이륜차 택시가 있다. 탠덤하고 똑같이 달린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양, 나는 무서워서 못 탔다. 2)고속화도로에도 이륜차 주행로가 분리벽으로 나뉘어 있다. 인터섹션이 문제인데, 우리가 보기에는 사람 죽기 딱 좋게 생겼다. 차량이 이륜차 주행로에 합류했다가 들어오고 나간다. 3)한낮에도 몸을 꽁꽁 싸매고 다니는 여성 운전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도 하얀 피부가 미의 상징이라고 함. 4)이륜차들이 보행도로를 가로질러 건물로 쑥 들어가기도 한다. 이륜차 주차장이다.

도시





​도시의 하드웨어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꽤 오랜 시간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 사진은 쉐라톤 사이공 호텔에서 내려다 본 모습. 멀리 현대식 빌딩이 보이고, 시내 블록은 예쁘게 치장한 새 건물들이 두르고 있지만, 블록 안쪽에는 거의 판자촌에 가까운 구옥들이 있다. 1지구가 이 정도이니, 전체 건물의 개선은 아직 2~3세대 정도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베트남은 아직 젊은 국가이고, 도시도 한창 성장기다. 한 8~90년대 서울 즈음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 날 저녁에 1구역을 벗어나 사이공 강변 고속화 도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컨테이너 차량 행렬이 어마어마했다. 10년 뒤, 또 1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지가 매우 기대되는 도시다.


호텔 주변 중심가의 건물들은 꽤 깔끔해 보인다. 식민시대 양식의 익스테리어를 허물지 않고 그대로 재단장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배어 나온다. 인도차이나의 파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짐작이 가기도. 사실 겨울에 가면 습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다닐만하긴 한데, 그래도 한낮에는 30도를 웃도는 날씨여서 금세 옷이 흠뻑 젖는다. 게다가 보행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장애물도 많아서 쉽게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허름함이 묻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단연 보행자에게 최악의 도시 중 하나일 듯. 하지만 이런 부분이 호치민시의 풍경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는 건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건물들이 통일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참 좋다. 저 멋진 테라스들을 보라. 페인트도 수성을 사용하는지, 색깔들이 서로 너무 잘 어울린다. 경제적으로야 어쩔 수 없다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서울보다 훨씬 나은 미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식민시대 건물은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사이공 노트르담 성당과 그 옆에 있는 우체국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림. 크게 흥미는 없어서 대충 둘러보긴 했지만, 현대인의 미감으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멋짐이 가득한 건 사실이다. 특히 저 우체국은 실제로 운영되는 우체국이라고 함. 다만 그 가운데에서 허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실소가 터져 나오긴 한다.


여러모로 정감이 가는 도시 풍경. 하지만 차마 길거리 음식을 사 먹을 순 없었다.


호찌민시의 풍경을 더욱 멋지게 만드는 건, 거대한 열대의 식생들. 저런 거목이 시내 곳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다. 높다란 나무가 거리에 그늘을 드리우면서, 햇빛을 아름답게 갈라주고, 많은 장면에 생동감 있는 콘트라스트를 만들어 준다. 물론 도시를 식혀주는 역할도 할 테지만.

​…호치민시의 인상은 여기까지.

http://travelwriter.kr/asia/10292
http://travelwriter.kr/asia/10329




이전 여행기 다시 읽기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start success go! go! go!

@travelwriter transfered 11 KRWP to @krwp.burn. voting percent : 19.14%, voting power : 26.24%, steem power : 1797651.82, STU KRW : 1200.
@travelwriter staking status : 700 KRWP
@travelwriter limit for KRWP voting service : 0.7 KRWP (rate : 0.001)
What you sent : 11 KRWP
Refund balance : 10.3 KRWP [55036803 - 5185dfb2b165d1cc4f241af6570357b3b623f112]

아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부모님과 함께 다녀왓던
베트남, 호치민이군요
호치민의 첫인상은 오토바이...
너무나 많은 오토바이에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역시나 사진속에도 오토바이가 엄청 많군요 ㅎㅎ

저 우체국도 다녀왔었는데
기념품 판매를 하고있던 기억이 나네요
캬..
오랜만에 다녀왔던 호치민 사진을 보니
추억이 돋네요 ㅎㅎ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족여행으로 또 가보고싶습니다.

오 다녀오셨었군요. 저도 호치민에 잠시 있었는데 그룹(?)으로 다니다보니 기억이 잘 없네요. 그래도 혼잡스러운 길 거리 느낌은 꽤 정확하게 기억납니다. ㅎㅎㅎ

그때도 여름이었는데, 매일 진땀 빼느라연유 커피를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여행 가고 싶습니다!!!

베트남 건물들도 상당히 이국적이네요. ^^

네. 맞아요. 식민시대의 흔적이라는 꼬리표가 좀 씁쓸하지만, 결국 베트남의 양식이 되겠죠? 여행이 고픈 요즘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