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께 다녀왔습니다

in SteemCoinPan •  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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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인께 다녀왔습니다. 내일이면 가족 곁을 떠나신지 2년이 되네요. 조금 죄송하지만 오랜만이었습니다. 지난해 말에 둘째가 태어난 뒤로는 처음 찾아뵙기 때문이죠. 처음엔 날씨나 코로나 탓을 했고, 최근에는 기일 전에 간다간다 하던 게 이렇게나 미뤄졌네요.

가는 길에 와이프는 황망하게 떠나셨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입원 첫날만 하더라도 와이프와 며느리에게 괜찮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던 장인인데,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됐습니다. 저는 큰 애를 돌보느라 얼굴조차 뵐 수 없었죠.

답답한 걸 싫어하셨던 장인이셨기에 사방이 탁트인 야외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입구에 놓인 이 조형물을 볼 때면 늘 숙연해집니다. 삶의 마지막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존재란 얼마나 연약한가요.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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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사랑해요. 나중에 만나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건겅하새요. 보고 싶어요”
촬영 후 편지 위치는 조정했습니다 ^^

큰 아들과 조카, 두 손자가 할아버지께 편지를 썼습니다. 저희 다음 세대로는 유일하게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녀석들입니다. 어렸을 때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아버지와 보냈는데, 이 녀석들도 벌써 일곱살이 됐습니다. 그동안 만나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새로운 추억도 많이 쌓았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시간은 점점 흐릿해지겠지요. 어쩌면 오늘 이 그림과 이 시간을 기억해야 하는 건 우리의 몫일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할아버지라는 존재가 마음 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고 미리 아쉬워 할 필욘 없겠지요. 할아버지한테 편지 쓰자는 말에 흔쾌히, 기꺼이 몸을 움직이는 두 녀석이 기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명 장인께서도 흐뭇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로만 할아버지를 만나야 할 둘째가 아쉬울 뿐입니다.

2년 전만 해도 주변이 많이 비었는데 이제는 많이 채워졌습니다. 곳곳에 그리움을 담은 쪽지와 꽃들이 붙어있더군요. 장인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난 90년생 친구의 자리에도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딸이 좋아했던 음식을 차리시고 음악을 틀어둔 뒤 한참을 앉아 가시곤 했습니다. 아마도 내일이면 음악이 작게 흘러나오겠지요.

이런 사연이 어디 우리 뿐일까요. 광주 건물 붕괴로 순식간에 생과 사가 갈린 이들, 아버지를 도와 일을 나섰다가 부실한 안전관리로 참변을 당한 이, 부당한 폭력 앞에 억울함을 안고 삶을 등져야 했던 이…

장인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은 생각이 많아집니다. 죽음 앞에서야 우리는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주 찾아봬야겠네요.

내일이면 다시 먹고 살기 바쁜 삶이 시작되네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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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숙연합니다.
부모님이 건강하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있을때 더 잘해드리려구요

벌써 월요일이네요
허헛 ㅜ

부모님 건강하신 거 정말 감사한 일이 거 같아요. 건강이 정말 최고! 이번 주 원화 채굴 화이팅입니다~!

인생의 종착역 .....
아이들과뜻깊은 주말 보내셨네요
월요일 화이팅~~

네. 감사합니다. ^^ 이번 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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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살아 생전 저희 아버지는 무엇을 좋아했는지 미쳐 생각못했네요..사연 없는 분이 어디 있겠어요.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비오는 아침이네요. 조심히 출근하시고 화이팅입니다~!

넵~!!

내일 의 또 새로운 삶을 위해... 화이팅~~~~

맞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 시작됐네요. 원화채굴 화이팅입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아니, 이런 일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