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자] 여행 400일차, 왕들이 잠들어 있는 룩소르에서 #2 – 이집트, 룩소르

in SteemCoinPan •  3 months ago 

지난 1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기록자] 여행 400일차, 왕들이 잠들어 있는 룩소르에서 #2 – 이집트, 룩소르





  • 글/사진 : 김동범, 편집 : 여행기록자

삐끼를 따돌리고 하부 신전으로



룩소르에서 일주일간 머물렀다. 딱히 뭘 보려고 길게 있었던 건 아니다


룩소르가 좋긴 했지만 질릴 정도로 따라붙는 삐끼와 말도 안 되는 수법으로 꼬시는 사기꾼을 만날 때는 짜증이 났다. 근데 사기를 치는 수법이 너무 뻔해서 웃기다. 대부분 나에게 먼저 다가와 네가 묵는 호텔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기억하냐고 말한다. 당연히 기억날 리가 없다. 그리고는 지금 식재료를 사러 시장에 갈 예정인데 너도 갈 거냐고 하는 어이없는 수법이다. 단순히 꼬시는 것을 넘어 사람을 속이는 거라 사기꾼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수법에 웃음부터 나왔다. 일하는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호텔에서 묵는 사람이라고 해도 순순히 넘어갈 것 같지 않다.

여행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룩소르 주민들


날씨는 정말 더웠다. 숙소에서 온종일 누워 있다가 배고프면 잠깐 나가는 게 일과였다. 지금은 관광객이 별로 없지만 여기는 카이로만큼 관광객이 많은 곳이었을 텐데 동네 주민은 여행자를 볼 때마다 반갑게 맞이한다.

룩소르에 있는 동안 원래 ‘왕가의 계곡’을 가려고 했다. ‘왕가의 계곡’은 룩소르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피라미드처럼 거대하고 눈에 띄는 무덤이 아닌 외딴곳에 굴을 파서 내세에 평안을 얻으려 했던 왕들의 무덤인데, 단 하나의 무덤을 제외하고는 전부 도굴되었다고 한다. 그 단 하나의 무덤이, 그 유명한 투탕카멘이다.

사실 투탕카멘은 재위 기간이 고작해야 9년으로 매우 짧은 편이다. 하지만 왕가의 계곡에서 유일하게 온전하게 보전된 채로 발굴된 무덤인 데다가 황금마스크가 있어서 유명한 것뿐이다. 아무튼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굳이 ‘왕가의 계곡’을 가볼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숙소에서 가볼 만한 다른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그곳이 ‘하부 신전(Habu Temple)’이었다.

외부에 노출된 석상들은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하부 신전을 갈 때는 나일 강을 건너면서 만나는 삐끼를 익숙하게 따돌리고, 마이크로버스로는 못 간다는 택시 아저씨를 무시한 채 마이크로버스에 올라탔다. 적당한 갈림길에서 내려 하부 신전까지 걸어갔다. 막상 하부 신전 앞에 도착해서 보니 매표소를 찾지 못해 잠깐 헤매긴 했지만, 어쨌든 쉽게 갔다. 하부 신전 앞에서도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들어가 보니 상당히 괜찮았다. 고고학이 무지해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상형문자와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석상은 대부분 부서져 온전히 남아있는 게 별로 없었다.

상형문자와 그림들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다른 유적지에 비해 문자와 벽화가 매우 깨끗하게 남아있다. 아주 어렸을 때 이런 상형문자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는데(대부분 미스터리로 빠지곤 했지만) 여기서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했다. 짧은 시간 대충 훑어본 내가 어떻게 평을 할 수 있을까. 뭔가 의무감에 보러 갔던 게 아닐런지. 하부 신전만 보고 곧장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나일 강으로 돌아왔다.


룩소르를 거닐며 일상을 마주치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룩소르의 밤을 맞이한다. 어두운 밤거리에서도 몇 없는 외국인이 눈에 띄는지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귀여운 동네 꼬마들을 보자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가끔은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동네를 거닐면서 그들의 일상이 보인다.


나는 이런 좁은 골목이 좋았다. 골목을 걸으면 룩소르 사람들의 일상이 보인다

먼지로 가득한 룩소르를 걷는다. 길에는 짜인 듯한 사각형 건물이 늘어서 있는데, 그런 건물의 분위기에서 ‘중동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나귀만 보면 다가갔다. 이집트에서 당나귀는 말과 함께 매우 중요한 동물로 여겨진다. 사람들이 당나귀를 타고 다니거나 당나귀 뒤에 짐을 싣고 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지만, 사실 난 당나귀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당나귀의 쫑긋한 귀와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현지인들은 종종 당나귀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려치는데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다음 행선지는 아스완이다


원래는 한국에서 은행 카드를 받으려고 했지만, 일정이 꼬여서 나중에 받기로 했다. 일단 아스완( Aswan)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집트 비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수단 비자를 받고 떠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룩소르 역에 가서 다음날 출발하는 열차를 예매했다.

시장에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는 룩소르에 며칠 동안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시장을 가봤다. 사실 시장이라고 해봐야 관광객을 위한 뻔한 그런 시장이었지만, 그냥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시장은 요즘 이집트 관광산업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사람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지나갈 때마다 붙잡는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참 애처로웠지만 이런 기념품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계속 여행할 나에게는 짐이라, 무조건 괜찮다고만 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한글이 쓰여 있는 가게를 봤다. 아마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 같았지만, 지금은 운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거리. 사진으로 담으니 너무 세련돼 보여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밤에는 룩소르 신전의 야경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http://travelwriter.kr/africa/4710



이전 여행기 다시 읽기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travelwriter transfered 6 KRWP to @krwp.burn. voting percent : 11.21%, voting power : 36.07%, steem power : 1810686.79, STU KRW : 1200.
@travelwriter staking status : 710 KRWP
@travelwriter limit for KRWP voting service : 0.71 KRWP (rate : 0.001)
What you sent : 6 KRWP
Refund balance : 5.29 KRWP [55641858 - 2a8e38d9f81febde082e67cf866877c39bc922c9]

형님 책내신거죠?

룩소르가 좋긴 했지만 질릴 정도로 따라붙는 삐끼와 말도 안 되는 수법으로 꼬시는 사기꾼을 만날 때는 짜증이 났다. 근데 사기를 치는 수법이 너무 뻔해서 웃기다

이분들 보이스피싱 하면 잘하겠는데요?

숙소에 일하는 주방장이라 속여서 태우다니 ㅋㅋㅋㅋㅋ

뭔가 무섭네요 ㄷㄷ

밤에 찍은 건물 사진들은 조명때문인지 현대적인 느낌도 강하게 드네요
역시 조명빨 ㄷㄷ

상형문자가 참 신비롭습니다.
영화 미이라에서 봤던 그런 느낌이네요
직접보면 또 신비로울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