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kyDay | 길거리 불빛

in kr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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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다른 편으로 해가 넘어갈 때쯤 대부분 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서서히 끝나간다. 여름 밤 속에서 빛나는 붉은 간판 불빛은 겨울 밤의 것과 다르게 상스럽고 고독한 매력이 있다.

'STREET', 이 간판도 갑자기 그렇게 다가왔다. 붉게 빛나는 글자들을 발견하곤 걷던 발을 잠시 멈추고 거기에 텅 빈 시선을 두었다. 그 글자가 가리키는 눈 앞의 공간이 어떤 투명한 통로를 만들어 내 동공으로 까지 연결되어 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어느새 저 테이블들 중 한 자리에 앉아 고개 박고 홀로 저녁밥을 먹는 나의 환영을 우두커니 구경하고 있었다.

길거리 음식들을 식당 안에서도 먹을 수 있는 세상. 하지만 고된 하루 끝에 피로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는 길, 집에 들어가기 전 이런 식의 식당에 들러 혼자 간편히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겐 어디서 뭘 먹든 사실은 길거리 음식만 같다. 여럿이는 좀처럼 먹지 않는, 보통 오다가다 혼자 또는 둘셋이서 후다닥 들고 가는 길거리 음식. 혼자 사는 길거리 생활자들에게 여럿 의 세상은 언제나 조금 멀다. 겉보기에 번듯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이런 식당은 길거리 생활자들의 일상과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멋지게 꾸며도, 결국 길거리 것은 길거리 것이다. 이따금 비질 소리 울리는 텅 빈 거리의 애처로움을 완벽히 지울 수는 없다. 어느날 홀로 아닌 여럿과 함께 몸과 맘의 둥지랄 만한 곳에 안착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 둥지도 근데 언제나 좀 멀어 보여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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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누가 항상 옆에 있었던 거 같았지만, 요즘은 혼자라는 생각이 종종 들죠. 바쁘게 지내니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 이유도 있고, 사람들에 실망해서일 수도 있고요...


@sct1004님의 풀봇 받을 수 있는 미션이 있어 알려 드려요.

네, 혼자란 느낌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어요 ㅎ
미션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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