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분쟁을 다루는 인공지능?

in sct •  5 days ago  (Edited)

연어입니다. 간혹 공공장소에서 서로 시비가 붙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이를테면 줄을 서있는 사람들끼리 옥신각신 하거나, 기사분과 승객이 말다툼을 하는 경우 말입니다. 계속 보고있자니 말다툼은 멈출 것 같지 않고, 싸움을 말리자고 괜히 끼어들었다가 뭔 봉변을 당할까 싶기도 하니 주변 사람들로서는 괜히 마음만 불편해지기 일쑤죠.

약간 한국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어지간한 경우라면 이런 다툼에 끼어들어 싸움을 말리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물론 약간의 테크닉이 필요하죠.

그 전에 주변 사람들이 잘 못 끼어들게 되면 되려 양측의 화만 더 돋우거나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되듯 상황만 일파만파 커지는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경우들입니다.

  • 누군가 시비를 가려주듯 한 쪽 편을 들어버리는 경우 : "이봐요! 보아하니 당신이 잘 못 했구만 뭘 잘했다고 그렇게 큰소리요!"
  • 양쪽 모두 나무라는 경우 : "이봐요들! 싸울려면 저기 가서들 싸워요! 왜 여기서 시끄럽게 난리야!"

예측 되시겠지만 주변인이 이렇게 끼어들게 되면 사태를 풀어가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룰에 맞춰 싸움을 말리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예를 들어, 어느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말다툼이 붙었다고 해봅시다. (실제 가장 많이 보는 경우죠. 의외로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는 싸움이 잘 안 붙는 편입니다)

우리는 말다툼이 시작되는 상황이나 서로 던져대는 얘기를 듣다보면 대략 어느 쪽이 더 사태를 유발시킨 것인지 가늠할 수 있죠. 이 경우 아저씨 쪽이 70%의 트러블을, 아주머니 쪽이 30%의 트러블을 유발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저씨 쪽이 조금 더 잘 못한 것 같다는 얘깁니다)

이럴 때 제가 추천하는 방법을 제안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1) 아저씨를 먼저 이해해준다.

아저씨 쪽으로 먼저 가서 살짝 이해해주는 톤으로 얘기를 겁니다. 이 때, '선생님' 또는 '어르신' 등 정중하게 불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고 선생님, 제가 옆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까 그렇게 역정을 낼 만도 했네요."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이 때 자신을 이해해 주려는 쪽에 하소연 비스므리하게 자신은 잘 못한게 없는데 괜히 저쪽에서 시비를 건다고 말하기 마련입니다.

  • "아, 글쎄 이 아주머니가 나한테 어쩌고 저쩌고.... 하더라구요. 그 상황에 성질 안 나게 생겼습니까?"

이 때, 한 번 정도 수긍해주는 모드로 말을 적절히 받아줍니다. 단, '당신을 이해한다'의 논조이지 '당신이 맞다'는 식으로 얘기를 받아주면 안됩니다.

  • "아, 그랬군요. 그런 상황이면 누구나 화가 나긴 하죠. 그렇게 화나는걸 맘에 담아두는 것도 좋은건 아니니까 충분히 그러셨을만 했겠습니다."

(2) 아주머니를 살짝 옹호해준다. 동시에 아주머니를 이해해준다.

대개 이 정도로 받아주기만 해도 아저씨의 공격성은 잠시 누그러지기 마련입니다. 이 때 재빨리 상대방(아주머니)의 입장을 고려해주는 멘트를 살짝 날려줍니다.

  • "선생님, 그런데 이 쪽 아주머니 입장에서 보면 그 나름대로 기분이 상했을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선생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그런 상황에 있다보면 사람이니까 나름대로 불만이 생길만도 했겠죠. 그 정도는 그래도 선생님께서 조금만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주머니 쪽에도 얘기를 걸어줍니다. 이 때도 직접 얘기를 걸때는 적당한 존칭을 써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머님, 사모님 등등)

  • "저도 또 어머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까 이것저것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겠더라구요. 그래서 좋게 얘기해 보신다고 하려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감정이 앞서버리고 뭐 그러지 않으셨겠어요?"

그러면 아주머니도 화가 안 풀린 목소리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실겁니다. 그 때 너무 얘기를 길게 받아주지는 말고 적절히 받아주면서 양쪽 모두가 이해도 되고 또 두 분이 애초에 그럴 분들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톤의 이야기를 꺼내 줍니다."

  • "제가 보니까 우리 두 분 다 그렇게까지 역정들을 내실건 아닌것 같았는데 두 분이 이렇게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이 있었나 보네요. 그래도 따지고 보면 서로 잘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것 같지 않아 서운한 마음에 얘기를 풀다 보니까 괜히 감정만 격해지고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조금씩만 화를 좀 풀고 그러면 어떠시겠습니까?

(3) 양 쪽 모두 빠져나갈 적절한 핑계를 대준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단계를 잘 풀어주지 못하면 잘 말렸던 싸움이 다시 불붙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키포인트는 '따지고 보면 두 분 잘못이 아니라 다른 요인때문에 괜히 싸움만 붙은 경우'라는 핑계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 "오늘 보니까 날씨가 많이 습하고 그렇더라구요. 다들 짜증 날만한 날이고 하니까 그리 됐나 봅니다."

  • "이 공무원들이 왜 저기다가 엉뚱하게 신호등을 만들어 가지고 괜히 멀쩡한 시민들만 서로 얼굴 붉히게 했나 모르겠네요."

  • "아까 두 분 오기 전에 어떤 사람이 뭘 좀 이상하게 해두고 가는 바람에 괜히 두 분만 기분 상할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아이 참 그 사람 그거 그러면 안돼는데..."


(4) 마무리 단계죠. 처음의 긍정적인 취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제 이 단계만 잘 마무리 하면 됩니다. 양쪽 모두에게 싸움이 일어나기 전의 조금은 괜찮았던 단계로 생각을 돌려주는 겁니다. 이를테면,

  • "오늘 날씨도 좋고 그래서 기분 좋게 산책 겸 나오시고 그러셨을텐데, 기분 천천히 좀 푸시고 좋은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셔야죠."

  • "오늘 이런저런 피곤한 일도 많으셨을텐데 그래도 주변 분들 대신해서 좋은 얘기하실려다가 괜히 더 기분만 상하시면 되겠습니까? 저희가 그 마음 다 이해하니까 기분 좀 푸시고 그랬으면 합니다."


하나의 스토리긴 했지만 몇 가지 키포인트는 충분히 들어가 있을 겁니다.

말다툼이 붙었다고 시비를 가려주기 보다는 양측을 모두 이해해주는 쪽으로 얘기를 풀어가면 되고요. 이왕 끼어들어 말을 꺼낼때는 '조금 너무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서 오히려 좋은 쪽으로 얘기를 풀어줍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유독 남들에게 '내가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만 잘 들어주어도 최악의 긴장감은 줄여갈 수 있는데, 조심해야 할 점은 말을 받아주되 '당신 입장이 이해된다' 선에서 받아주어야지 '당신 말이 옳다'고 받아주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사람들은 싸우는 것보다는 안싸우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긴 하는데, 상황이 계속 이상하게 꼬여들아가다 보면 자기 자존심 때문에서라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인이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주어야 양쪽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며 빠져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알고보면 두 분 다 잘못한 것이 없다. 괜히 다른 누구 또는 상황 때문에 엮인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주고, 각자 기분 좋게 무언가 하려던 목적을 상기시키며 이 상황보다는 다른 나은 것을 선택하게끔 명분을 주는 것이죠.

그것이 제가 써먹는 싸움 말리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이 주제를 이 글에서 왜 쓰는고 하니, 문득 인공지능도 이런 분쟁 요소를 다루는 메카니즘을 갖출 수 있는지 궁금해서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이러한 상황을 쉽게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한다면, 분쟁을 능숙하게 다루고 해결해 나가는 (예를 들어 정치 영역, 중재인 등등) 직업은 AI의 위협에서 당분간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분쟁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 가는 포인트를 찾아가는 수준의 AI라면... 음...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활약하게 될런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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