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알 수도 있는 사람(전민식)

in zzan •  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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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없는 청춘들의 <알 수도 있는 사람>

요즘처럼 후덥지근하고 끈적한 밤엔 재미난 영화나 소설이 그만이다. 영화는 길어야 2시간이지만 소설은 이틀 밤 정도는 더위를 잊게 해 준다. 선정 조건은 빨리 읽히면서 캐릭터가 생생해야 더욱 맛나다.

지금은 페이스북을 안하지만(개인정보 유출 파동이 일어났을 때 결연히 탈퇴를 했는데, 지금은 왠만한 사이트가 연동이 되어 있어 괜히 탈퇴했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가입 초창기, 잊고 있던 동창이나 오래전 동료였던 사람이 나이 든 얼굴을 확 들이밀어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러더니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 보여준다. 한 참 뒤적일 때는 몰랐는데 화면을 덮으며 느끼던 피로감...

이 소설의 중심 등장인물은 용주, 수인, 기성, 영미이다.
용주는 이름없는 잡지의 객원 기자, 수인은 미술관 관장이었다가 사퇴한 사람, 가게 월세 걱정해야 하는 카센터 대표 기성, 그리고 할인매장에서 해고된 영미.
한마디로 다들 출근할 곳이 마땅치 않은 불우한 삼십대들이다.

좀 더 파고 들면 용주의 누이는 대학시절 어딘가에 갔다오더니 폐인이 되어 사라졌다. 그 상처가 온가족을 누르고 있다.
수인은 사당으로 돌아가야 할 무당의 손녀다. 운명을 거부하려 대도시로 왔으나 탈출구는 스피드 뿐이라 레이싱 동호회를 조직하고 운영한다. 그녀의 레이싱 카는 떠난 연인이 제작해 준 세상에 하나뿐인 차이며 그것을 정비할 수 있는 사람은 기성이다.
한편 무작정 상경한 기성의 꿈은 레이서였다. 그러나 엄청난 자본이 드는 레이서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아쉬운 대로 차량 정비로 먹고 산다. 그의 고민은 술집 마담이 된 여동생의 황폐한 인생이다.
할인매장에서 근무하는 영미는 매출을 위해 급기야 성상납을 하라는 압력까지 받자 회사를 때려치우는데, 그녀 역시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와 쇼핑 중독인 엄마로 우울한 인생이다.

이들을 포함하여 스피드가 필요한 수 십 명이 한밤중 대도시에서 질주한다. 단 2000CC 이하의 승용차고 1등만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사실 모두 돈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고, 그보다도 삶의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들은 이 순간만큼은 이성이나 영혼마저 마비시켜 버리는 순간의 스피드에 미쳐있었다. 그들은 병적으로 반복되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무수한 타협으로 이루어진 삶에서 타협이라고는 없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었다.'(101)

동호회장 수인은 점점 거리를 넓히더니 전국 여든 세 곳의 시청을 인증하는 경기를 끝으로 또 다른 꿈을 꾼다. 그것은 바로 사하라 랠리에 참여하는 것. 수인에게 설득당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돈의 공격을 막을 방패를 찾지 못한 용주, 수인, 기성, 영미는 알제리 티미문에 도착한다. 죽음과 실종이 속출하는 사막 랠리의 출발선에 그들의 차가 모래 바람속으로 사라지는데...

월세를 걱정해야 하고, 생활비를 쪼개며, 언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지 모르는 젊은이들의 삶이 소설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가슴이 답답하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사막으로라도 떠나지, 현실의 우리 청춘들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신체보다 조금 큰 공간에 몸을 뉘이고 SNS 속의 '알 수도 있는 사람'의 근황이나 살핀다. 어차피 인사 같은 것은 남기지 않으므로 부담은 없다. 존재의 가벼움.

바램이 있다면 어서 steemit이 예전의 명예를 회복하여 젊은이들에게 자신있게 가입을 권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시시껄렁한 가십이나 어쩌면 '알수도 있는 사람'보다 블록체인이 얼마나 더 진취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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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권 독서하고 서평쓰기 챌린지 #56 달성하셨습니다.
(최근 4 게시글과 2 댓글에 $3만큼 보팅완료입니다.)

소설은 꿈을 먹고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함니다,

그렇군요. 타당한 말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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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t천사의 오늘의 미션!
참여 감사드립니다.(풀봇 드립니다.)

-확인이 늦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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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현 시대를 반영한 소설인 듯하군요.
우리 후세의 현실과 미래가 보다 희망적일 수는 없는 것인지 마음이 씁쓸합니다~^^

괜히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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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커뮤니티 출석부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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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엔젤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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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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