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어서 좋은 날

in zzan •  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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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뿌리는 새벽, 쌀쌀한 아침공기가
어렴풋이 잠을 턴 게으름뱅이를 이불속으로 끌어들인다.

시간이 지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버틸 때까지 버티다 하는 수 없이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억지로 엉덩이 먼저 일으킨다.

부스스 화장실로 향하는데
카톡 알림음이 덜미를 잡는다.

언니,
간짜장 먹고 싶어.
있다가 점심 먹지 말고 기다려요.

아침과 달리 해가 쨍쨍한 길을 지나
짤막한 그림자와 약속한 집으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출입문 손잡이가 목걸이를 하고 있다.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은 쉽니다.

거의 동시에 나온다.

이럴 줄 알았어.
간짜장은 무슨...

돌아서 나오는 길
펜스에 매달린 빨간 현수막이
혼자 여름을 겪느라 핏기를 잃고 부쩍 핼쑥하다.

조롱박 덩굴도 더덕순도
짙푸른 빛이 서서히 바래는 걸 보며
올여름도 외딴배미 허수아비처럼 혼자 늙도록 놓아두고

우리는 벽에 기댄채 다리를 쭈욱 펴고 앉아
들리지 않는 하모니카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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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간짜장 먹어본 지가ㅠㅠ 발걸음 하셨는데 문을 닫았다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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