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in zzan •  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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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방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에 양치질을 하다말고 뛰어
들어갔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오래전에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였다. 차분히 내 목소리를 확인하고 예전의 말투로
돌아가 이름을 부른다.

가까운 곳에 살며 아침에 식구들 다 나가면 부지런히 집안일 끝내고
아이 목욕시켜 옷 갈아입히면 먼저 전화하는 집으로 향했다.
우선 커피 한 잔 마시고 옷가게도 같이 가고 미용실도 같이 가고
하다못해 고등어 한 손을 사도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다.

결혼이 늦었던 내가 돌쟁이를 데리고 가면 이미 초등학생이던
두 친구의 딸들은 친동생처럼 귀여워하며 데리고 놀았다. 그만 놀고
집에 가자고 하면 우리 아들은 더 놀고 싶다고 떼를 썼다.
우리는 애 어른 없이 늘 그렇게 어울려 살았다.

그러다 한 친구가 교사였던 남편의 전근으로 먼저 수원으로 이사를
했고 남은 친구도 공부 잘하는 큰딸 시골에서 서울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친정 오빠의 도움을 받아 서울로 갔다.

그래도 방학 때 한 번씩 다녀갔지만 점차 전화도 뜸해 지면서 소식이
끊어졌다. 그랬던 친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집안 어른
팔순잔치를 이쪽 전원주택에서 하는데 들르겠다는 얘기였다.

이십여 년의 세월을 건너 만난 친구의 얼굴은 세월이 비켜갔다.
목소리도 여전했고 빠르고 명랑한 말투도 그대로였다. 딸들도 잘
풀려 제 몫하며 살고 있고 퇴직한 남편과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먼저 이사를 한 친구의 소식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친구의 딸들도 잘 자라 사회생활 잘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다니던 회사에서 일이 잘 못 되어 다 늦게 고생하게 되었고
그 일로 남편과의 사이에도 문제가 생겨 별거를 계속하다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얘기였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외로움 속에서 성장했다는 얘기를 하며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뼈저린
외로움을 안고 혼자 떠나야했을 친구를 생각하니 목이 메었다.

혼자 떠난 친구의 얼굴이 어리어 휴대폰 앨범을 뒤적거리며
보여주는 행복한 순간이 담긴 사진이 흔들리며 점점 흐려졌다.

사람의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몰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노후를 바라며 친구의 영혼이 안식에 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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